서울에 최대 5만가구…정부, 도심 한복판 물량공세 예고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추가 주택 공급 대책에서 용산 일대가 꽉 막힌 서울 주택 공급의 '물꼬'를 틀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착공에 들어간 용산정비창 용지 외에 용산공원 일부를 주택 공급 가능 용지로 검토하면서 상암DMC, 은평구 옛 국립보건원 등 서울 시내 주요 유휴 용지 활용에도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그동안 외곽 위주였던 공급 방식과 달리 수요가 집중되는 도심 한복판에 물량을 투입하는 정공법을 택하면서 작년 9·7 공급대책을 통해 제시된 3만3000가구에서 1만~2만가구 이상 늘어난 역대급 서울 공급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8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용산공원 내 공급 후보지는 서울시가 관리하는 용산가족공원을 제외한 국토교통부 소관의 공원 본체 용지 일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하고 시행을 맡은 주변 산재 용지인 캠프킴으로 압축된다. 이 일대는 전체 면적이 300만㎡(약 100만평)에 달하는 신도시급 국유지로, 녹지 활용도가 낮은 일부만 주택 용지로 활용하더라도 수천 가구에서 1만가구 이상 공급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용산공원 활용을 통한 주택 공급은 이재명 대통령이 20대 대선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용산공원과 정비창 용지를 활용해 청년 기본주택 1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현재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이를 주요 공급 대책으로 언급해 여권 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평가다.
공원 용지 가운데서는 현재도 미군이 사용 중인 수송부와 민간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유엔사를 제외한 LH 관리 캠프킴 용지(4만8000㎡)가 우선 검토 대상이다. 캠프킴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8·4 대책 당시 3100가구 공급 용지로 언급됐고 이후 1400가구 규모로 재논의됐으나 주민 반대와 토양오염 정화 문제로 사업이 중단된 바 있다. 최근 공급 절벽 우려가 커지면서 국토부, 서울시, LH는 해당 용지에서 나올 수 있는 물량을 다시 정밀 산정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300만㎡에 달하는 공원 본체 용지를 활용하려면 법적 문턱을 넘어야 한다. 현행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은 공원 용지를 공원 외 목적으로 전용하거나 처분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주택을 건설하려면 특별법 개정이 필수인데, 여권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정책적 판단이 서면 법 개정 자체가 큰 난관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용산정비창 용지의 주택 공급 규모를 둘러싼 국토부와 서울시 간 이견도 여전하다. 서울시는 8000가구를 적정선으로 보고 있지만 국토부는 1만가구 이상 공급을 주장하고 있다. 학교 증설 문제가 쟁점으로 남아 있으나 국토부는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감안해 최대 물량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용산을 축으로 한 도심 공급 전략은 서북권 유휴 용지로도 확장된다. 마포구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DMC) 용지(3만7262㎡)는 문재인 정부 시절 2000가구 공급 계획이 세워졌으나 매각이 잇따라 무산됐던 곳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상암 재창조 구상'에 따라 올 상반기 재매각에 나설 예정이다. 주거 비율을 최고 50%까지 높인다면 단순 계산해도 4000가구 이상 공급이 가능하다.
은평구 옛 국립보건원 용지(4만8000㎡)도 연내 매각이 확정됐다. 지하철 3·6호선 불광역과 인접한 우수 입지로, 비주거 비중을 절반 이상 확보해야 하지만 주거 비율 30~50%를 기준으로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 조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위축과 공사비 상승으로 상암DMC는 일곱 번째, 옛 국립보건원은 두 번째 매각 시도에 나서는 만큼 실제 성사 여부는 변수로 꼽힌다.
국토부는 작년 11월부터 서울시와 협의 채널을 가동해 서울 내 유휴 용지와 노후 공공청사 등 60여 곳을 추가 공급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군 용지와 LH 보유 용지 활용 방안도 논의 중이지만, 군 용지는 국방부와의 지가 협상이 숙제로 남아 있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은 국유자산 헐값 매각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점 또한 부담이다.
정부가 물량과 속도에 방점을 찍은 배경에는 급등세를 보이는 서울 집값을 조기에 안정시키겠다는 판단이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서울 주택 공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공급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10·15 대책 이후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과 이주비 대출 규제가 사업 지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혜진 기자 / 위지혜 기자 / 한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