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주택공급 속도전
미아 등 강북 1.8만가구 착공
한남·은평 등도 사업정체 풀려
디에이치 등 고급 브랜드 도입
신통기획·패스트트랙 등 통해
평균 심의 2.7개월로 짧아져
2031년까지 31만가구 착공 완수올해 서울에서 민간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2만3000가구가 착공에 들어간다. 올해 공사를 시작하면 이르면 2029년부터 입주가 가능하다. 특히 용산과 은평, 성북 등에 착공 물량이 집중되면서 강북에 강남 못지않은 브랜드 아파트가 속속 들어설 전망이다. 강북이 서울의 신흥 주거지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된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 내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14곳에서 2만2456가구가 첫 삽을 뜬다. 지역별로 도심이 7428가구로 가장 많고 서북권(6631가구), 동북권(4266가구), 동남권(2228가구), 서남권(1903가구) 등 순이다. 도심을 비롯해 강북 전체 착공 물량이 1만8325가구로 강남(4131가구)보다 약 4.4배 많다.
서울 최대 재개발 사업지인 용산구 한남3구역(5988가구)을 비롯해 은평구 갈현1구역(4475가구)과 증산5구역(1694가구), 성북구 정릉골(1411가구), 강북구 미아4구역(493가구) 등은 올해 이주와 철거를 마치고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대부분 2000년대 초·중반에 뉴타운으로 지정됐지만 2010년대 들어 보존·재생 정책에 따른 각종 규제와 사업성 부족, 주민 갈등 등 때문에 오랫동안 재개발이 정체됐던 사업지들이다.
오세훈 시장이 2021년 서울시장으로 복귀하면서 꾸준한 주택 공급을 위해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에 나섰고, 전폭적인 행정 지원에 힘입어 재개발이 급물살을 타면서 첫 삽을 뜨게 됐다. 현대건설(한남3구역), 롯데건설(갈현1·증산5구역), 포스코이앤씨(정릉골), 현대산업개발(미아4구역) 등 모두 1군 건설사가 짓고, 일부는 '디에이치'처럼 최고급 브랜드를 도입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노후 주택가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권에선 서초구 방배13구역(2228가구)과 방배신동아(843가구), 송파구 마천4구역(1254가구), 동작구 노량진뉴타운 5구역(727가구)과 7구역(576가구) 등이 착공을 앞두고 있다. 특히 노량진뉴타운은 상대적으로 낙후한 서남권의 스카이라인을 바꾸는 브랜드 타운으로 변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의 용적률 상향 등 규제 완화 덕분에 총 8개 사업지로 구성된 노량진뉴타운은 35~49층 높이의 새 아파트 1만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2·6·8구역은 시의 신속통합기획 등을 적용해 지난해 공사를 시작했다. 시는 내년까지 모든 구역이 착공하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서울시가 정비사업 속도전에 나서면서 올해 6월까지 27만가구에 대한 정비구역을 지정하겠다는 목표도 3개월 앞당겨 달성할 전망이다. 시는 2021년 4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172곳, 24만4000가구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정비구역 지정은 정비계획을 바탕으로 재건축·재개발을 법적으로 확정하는 것이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시는 도계위와 별도로 패스트트랙인 '전담수권위원회'를 신설해 정비계획이 접수되면 수시로 심의를 열고 있다. 평균 심의 기간은 2.7개월(84일)에 불과하고, 최근 3년간 가결률은 90%에 달한다. 길게는 1년 이상 걸리고 재심의가 반복되던 때와 비교하면 파격적인 변화다. 신속통합기획 도입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와 자치구, 주민이 한 팀이 되어 충분한 사전 조율을 거쳐 정비계획을 마련했기 때문에 심의에서 퇴짜를 맞을 위험이 크게 줄어들었다.
관건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 민간의 사업 추진 동력을 키워 착공으로 이어지게 할지다. 정부의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이주비 대출 규제 등으로 곳곳에서 사업이 지연될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노량진1구역 등 재개발 사업지의 경우 2주택자인 조합원이 많다. 이들은 이주비 대출을 전혀 받지 못해 이주가 늦어지고 착공도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와 추가 주택 공급 방안을 협의 중이지만,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좌우하는 핵심 쟁점에서는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거래·대출 규제가 풀려야 시의 인허가 속도전과 맞물려 원활한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오 시장은 "재개발·재건축의 선순환을 이어가 '주택 공급은 멈추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하겠다"며 "올해 2만3000가구의 착공을 비롯해 2031년까지 총 31만가구 착공 약속을 완수해 주택 가격 불안을 공급의 안정으로 풀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요단지들이 계획대로 공사를 마칠 경우 이르면 2029년부터 입주가 가능하다. 이는 최근 서울 입주 물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공급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서울의 신규 입주 물량은 이미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정비사업 착공 확대는 서울 주택시장에 공급 신호를 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특히 이번 착공 물량이 대부분 민간 재건축·재개발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공공 주도의 택지 공급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서울 주택 공급의 상당 부분을 민간 정비사업이 떠받치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