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은퇴층 겨냥 규제완화
2순위 추첨제로 당첨땐 입주
입주자 자녀 무주택일 땐
같은단지 임대배정 우선기회
국토부, 구리갈매 1기 이어
파주·원주서 2기 공급 공모
민간보유 용지도 참여 첫 허용민간 중심의 고가 실버타운과 공공 주도의 저소득층 고령자복지주택으로 양분된 시니어 주거 시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실버스테이' 공급을 확대한다. 실버스테이는 60세 이상 고령자가 입주해 식사·청소·세탁 같은 생활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20년 이상 장기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다. 유주택 은퇴자도 입주 대상에 포함해 중산층 고령자의 선택지를 넓힌 것이 핵심이다.
28일 국토부는 실버스테이 2기 공급 공모 절차를 개시했다. 경기도 파주시 와동동과 강원도 원주시 무실동 용지가 2기 사업지로 확정되면서 각각 858가구, 487가구 규모의 택지 공모가 시작된다.
실버스테이 1기 시범사업이 경기도 구리 갈매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 보유 택지 활용 방식에 집중됐다면, 2기부터는 민간이 보유한 용지를 제안해 참여할 수 있는 민간 공모도 1000가구 규모로 처음 개방됐다.
공공택지 기반 공모는 파주 와동 A2 블록과 원주 무실 S1 블록에서 진행된다. 파주 와동 A2 블록은 3만1036㎡ 용지에 전용면적 60㎡ 이하 257가구와 60~85㎡ 601가구를 합쳐 총 858가구를 공급한다. 일반 공공지원 민간 임대와의 혼합형 설계도 허용되며, 이 경우 최소 430가구 이상을 실버스테이로 구성해야 한다. 파주 와동 용지는 운정신도시 안에 자리 잡고 운정호수공원과 맞닿아 있어 시니어 거주 환경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주 무실 S1 블록은 2만3811㎡ 용지에 전용 60㎡ 이하 146가구, 60~85㎡ 341가구를 합쳐 총 487가구를 실버스테이로 공급한다. 혼합형 설계가 가능하며, 혼합 시 실버스테이는 최소 300가구 이상이 포함돼야 한다. KTX 원주역과 남원주 IC가 1㎞ 거리이고 원주의료원과 원주세브란스병원이 인근에 있다. 앞서 지난 4월 우미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구리 갈매 B-2 사업은 총 725가구 중 346가구가 실버스테이로 조성된다. 2029년 준공 및 입주가 목표다.
국토부는 최근 실버스테이 관련 시행규칙을 개정해 생활 지원 서비스 비용을 임대료와 분리해 청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운영사가 서비스 구성과 비용을 수요와 비용 수용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설계해 사업성을 보완하도록 한 조치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비스 비용을 임대료의 일정 비율로 일괄 규정하기보다 산정 근거를 마련해 시장 수요에 맞게 운영되도록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실버스테이는 실버타운과 달리 '주택'으로 분류돼 민간임대주택법을 적용받는다. 이에 따라 임대료 인상률은 연 5%로 제한되고, 분양 없이 20년 이상 장기 임대로 운영된다. 반면 실버타운은 노유자시설로 분류돼 입주자 보호 장치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실버스테이 입주 우선순위는 60세 이상 무주택 가구 구성원이 1순위이고 60세 이상 유주택자는 2순위다. 무주택자가 유리하기는 하지만 추첨을 거쳐 유주택자도 입주가 가능하다. 유주택 은퇴자는 자택을 처분하지 않고도 입주할 수 있어 자산을 유지하면서 보유 부동산 임대 수익으로 생활 구조를 짤 수 있다. 입주자의 직계비속 중 무주택 가구 구성원에게 동일 단지 내 공공지원 민간임대 우선 신청 기회를 주는 점도 눈에 띈다.
[홍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