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넷째주 0.21% 올라
강남·한강벨트 오름폭 확대
올해 누적치 19년만에 최대
성남 용인 등 '경부축'도 상승
거래 적지만 공급부족 여전
연구기관 "내년 2~4% 뛸듯"서울 아파트값이 두 달 만에 상승폭을 최대로 키웠다. 이 추세대로면 2006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수도권 전체로 봐도 오름폭이 커지는 모습이다.
서울에선 강남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한강벨트'가, 경기도에선 용인·하남·성남 등 이른바 '경부라인'이 상승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거래량은 여전히 적지만 가격은 오르는 상태가 지속되는 셈이다.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넷째 주(22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0.14% 상승했다. 전주 대비 상승폭이 0.03%포인트 확대됐다.
서울 역시 전주 0.18%에서 0.21%로 오름폭이 커졌다. 상승폭으로는 10월 넷째주(0.23%) 이후 8주 만에 가장 높다.
서울의 경우 강남3구와 강동·마포·성동구 등의 상승폭 확대가 두드러졌다. 마포구의 경우 상승률이 전주 0.18%에서 0.26%로 높아졌고 송파구는 0.28%에서 0.33%로, 서초구와 강동구도 각각 0.24%와 0.22%에서 0.28%와 0.26%로 높아졌다. 서울에서는 25개 구 중 3개 구를 제외하고 아파트 가격 오름세가 유지되거나 강해졌다.
25개 자치구 중 가장 상승률이 높은 성동구(0.34%)의 경우 왕십리뉴타운이 가격을 주도했다. '센트라스' 전용면적 84㎡가 지난 9일 24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두 번째로 상승률이 높았던 송파구는 잠실과 문정·거여동 일대 재건축 단지들이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는 지난달 14일 45억5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양천구와 관악구도 상승세다. 양천구는 전주 0.23%에서 0.3%로, 관악구는 0.2%에서 0.28%로 확대됐다. 양천구 역시 재건축 단지가 몰린 목동이 상승을 주도했다. 목동1·2·11단지 등의 일부 평형에서 신고가가 나왔다. 부동산원은 서울 시장 전반에 대해 "거래 수준은 다소 낮은 가운데 선호 단지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증가하고 대단지·역세권 등 정주 여건이 양호한 단지와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상승 거래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서울 지역 연간 상승률(1월 1일~12월 22일)은 8.48%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006년(23.46%)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경기도에서 상승폭 확대가 두드러진 곳은 용인시 수지구였다. 수지구는 전주에도 상승폭이 0.43%로 이미 경기도 평균을 훨씬 웃돌았지만 이번주는 0.08%포인트가 더해진 0.51%를 기록했다. 용인시 처인구와 기흥구도 각각 전주 대비 상승폭이 증가해 동시에 0.1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오산 역시 0.1%에서 0.27%로 상승폭이 크게 확대됐다.
강남발 상승세가 분당, 수지, 동탄, 오산 등 경부고속도로 인근 도시로 남하하는 양상이다. 송파·강동구와 맞닿아 있는 하남 역시 상승률이 전주 0.37%에서 0.42%로 높아지면 평균을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적은 거래량 속에서도 상승 거래가 나타나는 원인으로 '공급 부족'을 꼽았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대출 여건이 나빠진 상황에서도 전보다 더 비싼 가격에 매수자가 나타나는 것은 결국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며 "그 원인은 수도권에 공급이 부족하다는 걱정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탓"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연말 혹은 연초에 발표될 공급대책도 결국 큰 틀에서 9·7 대책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예측이 자리 잡고 있다"며 "더구나 내년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환율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더해져 내년 상반기까지 비슷한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부동산 관련 연구기관들도 내년에 수도권 집값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 수도권 주택가격이 4.2%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건설산업연구원도 2.0%,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2~3% 상승을 전망했다.
[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