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가 등록해 시세 노출 시키고
계약 취소해 집값 더 올려 팔아
법인·가족 동원 등 수법 다양화
8세 남매 주택 25채 편법 증여도
국토부, 경찰·국세청 수사 의뢰
구리 등 풍선효과 지역도 조사
# A법인과 특수관계인들이 설계한 거래는 전형적인 ‘가격 띄우기’ 수법으로 의심받았다. 법인은 서울의 한 아파트를 단지 종전 최고가보다 높은 16억5000만원에 매수 신고했다. 매도인 B와 C는 A법인의 사내이사와 배우자였다. 이들은 계약을 약 9개월간 유지했다. 시장에서 신고가가 ‘새 기준’처럼 받아들여질 시간을 충분히 벌었다. 그 뒤 상호합의로 계약을 해제했다. 이후 B씨와 C씨는 같은 주택을 제3자에게 18억원에 팔았다. 앞선 계약 해제 후 계약금과 중도금 반환이 이뤄지지 않았고 계약서에는 해제 가능성을 열어둔 특약도 있었다. 경찰은 이 거래를 허위 신고 의심으로 수사 의뢰했다.
국토교통부는 24일 2025년 하반기 부동산 이상거래 기획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위법 의심거래 1002건이 적발됐다. 이번 결과는 국무조정실 부동산 감독 추진단이 이날 개최한 ‘제4차 부동산 불법행위 대응 협의회’에서 공개됐다.
조사는 세 가지 갈래로 이뤄졌다. 2025년 5~6월 서울·경기 주택 거래신고 1445건, 2023년 3월~2025년 8월 실거래가 띄우기 의심 아파트 거래 437건, 2025년 1~7월 특이동향 거래 334건이 대상이다.
가족 간 거래에서도 가격 띄우기가 의심되는 사례가 여럿 있었다. 매도인 D와 매수인 E는 가족관계다. D씨가 보유한 서울 아파트에 대해 E씨와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거래 당시 단지 종전 가격보다 높은 8억2000만원에 신고했다. 계약은 약 1년여 유지됐다. 신고가를 충분히 노출시키기 위한 시간으로 읽힌다. 해제 신고 후 D씨는 해당 주택을 제3자에게 8억원에 팔았다. 중개 거래였지만 계약서에 기재된 중개수수료 지급은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국토부는 가격 띄우기를 목적으로 한 허위 신고 의심 사건으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미성년자 명의를 이용한 거래는 더 과감했다. 8세 이하 남매가 경남의 한 도시 일대에서 연립·다세대 주택과 아파트를 포함해 총 25채를 매수했다. 거래금액 합계는 16억7550만원이었다. 남매는 소득이 없었다. 계약서상 매수인은 남매였지만 자금 조달과 계약 체결은 부친 F가 대리로 진행했다. 25건 중 다수는 전세보증금 승계 또는 매매계약 후 신규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증여 신고 없이 부친 자금으로 매수한 정황이 확인돼 편법 증여 의심으로 국세청에 통보됐다. 아울러 3건의 임차권 등기명령이 확인됐고 보증금 반환 능력도 없어 전세사기 의심 사건으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기업 대출을 주택 구매에 끌어다 쓴 사례도 있었다. 한 개인사업자는 금융기관에서 기업 운전자금 명목으로 7억원을 대출받았다. 조사 결과 대출금은 사업과 무관한 17억5000만원짜리 아파트 구입에 쓰인 정황이 확인됐다. 국토부는 대출자금 목적 외 유용으로 판단해 행정안전부에 통보했다.
서울·경기 주택 이상거래 조사에서는 673건의 거래에서 796건의 위법 의심행위가 확인됐다. 편법 증여와 특수관계인 차입금 과다 의심이 496건이다. 대출 자금 유용 의심은 135건이다. 거래금액과 계약일을 실제와 다르게 신고한 의심거래는 160건이다. 가격·계약일 거짓신고 86건과 업·다운 계약 86건은 지자체가 취득가액의 10%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대상이다.
가격 띄우기 조사에서는 142건의 거래에서 161건의 위법 의심행위가 적발됐다. 이 중 10건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가능한 허위 신고 의심으로 경찰에 수사 의뢰됐다. 해외자금 불법반입 의심 1건은 관세청 통보 대상에 포함됐다. 관련 법령상 1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 가능하다.
국토부는 후속 점검도 예고했다. 2025년 9~10월 거래신고분은 규제지역뿐 아니라 구리와 남양주 등 풍선효과 우려 지역까지 조사 대상을 넓힌다. 내년에도 2025년 8월 이후 신고분을 대상으로 조사를 계속한다. 해제 신고서 서식을 해제 사유 유형 선택식으로 바꾸는 개선도 추진한다. 현재는 해제 사유를 주관식으로 작성하는데, 앞으로는 ‘매수자 자금부족’ 등 사유를 유형화한다는 것이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국토부는 앞으로도 부동산 이상거래 기획조사를 통해 투기적·불법적 거래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면서 “실수요자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