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타운(퇴근 후 잠만 자는 주거지)화를 막기 위해 수도권의 도시개발사업에 대거 배정한 자족용지가 최근 지식산업센터의 신용위기를 촉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올 4월 말 기준 전국 1547곳 지식산업센터 가운데 수도권에 77%(1191개)가 몰려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경기도에 715개(60%)가 집중된 것을 비롯해 서울(395개), 인천(81개) 등의 순이다.
특히 2009년 5월 입주가 시작된 판교테크노밸리가 크게 성공을 거두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수도권에서 시행하는 도시개발사업에 자족용지를 대거 조성한 게 지식산업센터 급증의 배경으로 꼽힌다.
예컨대 2019년 공급이 시작된 고양시 덕은 도시개발사업지구는 전체 면적 약 64만㎡ 가운데 지식산업센터를 지을 수 있는 업무용지가 7만9000여 ㎡에 달한다. LH는 덕은지구에 업무용지를 공동 주택용지(25만8000㎡)의 30.6% 수준으로 구획한 셈이다.
경기도에서 지식산업센터가 가장 많은 곳은 시흥시의 119곳으로 나타났는데 배곧·장현·목감·정왕·은계지구 등에 자족시설용지가 잇따라 공급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지식산업센터는 공장의 일종으로 간주해 수도권정비계획에 따른 총량규제 대상에서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 출범 이후 예외적용 되면서 건축허가도 급증했다는 평가다.
실제 지식산업센터의 인허가 건수는 2018년을 기점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단지관리공단 기준 지식산업센터 연평균 인허가 건수는 2010~2017년 사이에 56건에서 2018~2023년 사이에는 108건으로 급증했다.
지자체들도 첨단산업을 육성하겠다면 지식산업센터를 경쟁적으로 유치에 나섰고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아 취득하면 취득세 재산세를 면제해 주기도 했다.
문제는 지식산업센터 공급이 크게 늘어 나는 상태에서 미국이 2022년 3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 자금부담이 커지자 입주율이 낮아지고 가치가 하락하면서 은행은 지난해부터 잔금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양가의 70~80%에 달하던 잔금대출 비율이 축소되거나 막히면서 자부담이 어려운 수분양자들은 입주를 못 하고, 잔금을 받지 못하는 시행사는 경영 위기에 처하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 실패로 지식산업센터의 신용위기를 초래한 측면이 적지 않은 만큼 선의의 피해를 막는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며 “우선 실수요자에게 잔금대출 비율을 올려주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