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재건축·재개발 올스톱
10·15 부동산대책 직격탄 맞아
이주비·잔금대출 한도도 축소
분담금 부담돼 팔고 나갈래도
조합원 지위 양도도 할수없어
재초환 폐지 논의하겠다던 與
"개인 아이디어 차원" 선 그어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최근 시공사를 한화건설로 교체하고 추가 분담금을 산정한 결과 전용면적 31㎡ 소유자가 국민평형(84㎡)을 받으려면 6억500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최근 실거래가가 5억5000만원 수준으로, 분담금이 매매가를 추월했다. 가구당 대지 지분이 작고 공사비가 급등한 탓이다.
정부의 초강력 부동산 규제인 10·15 대책으로 강북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궁지에 몰렸다. 조합설립인가 이후 매도는 금지되고, 유지하자니 대출 규제로 돈줄이 막혀 자금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24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강북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에서 억 단위 추가 분담금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건축 불모지'인 준공업 지역에 있는 도봉구 삼환도봉 아파트는 용적률을 기존 226%에서 343%로 대폭 끌어올렸지만 전용 83㎡ 소유자가 비슷한 평형인 84㎡를 분양받으려면 3억5890만원을 마련해야 한다.
강북구 미아2구역도 서울시의 재정비촉진사업 규제 철폐 적용 첫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용적률이 기존 261%에서 310%로 상향됐지만 추정 권리가액 8억원 소유자가 전용 84㎡ 아파트를 분양받는 경우 3억원의 추정 분담금이 책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10·15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 지정이 강북을 덮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된다는 점이다. 분담금이 부담이 되면 팔고 나가는 것이 합리적 대안인데 '매도길'이 차단된 것이다.
집을 유지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투기과열지구 내 정비사업 조합원의 이주비·중도금 대출은 10·15 대책 발표일 기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지 않았을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에서 40%로 줄어든다.
또 아파트 완공 시 조합원이 이주비 대출 원금과 분담금 잔액을 상환하기 위해 받는 '잔금 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된다.
강북 재건축 단지의 한 조합장은 "추가 분담금 등 대출에 제한이 생기면 현실적으로 재건축 후 재입주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금이 부족한 조합원이나 영세한 원주민들은 최악의 경우 현금 청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북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선 '이럴 바엔 사업을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강북 정비사업 239개 단지 중 58개(24.3%)가 정비구역 지정 및 추진위원회 설립 등 이제 막 첫발을 뗐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주택 공급원인 정비사업의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 지도부도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재개발 구역을 방문했다. 10·15 대책으로 수도권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 아래 일부 여권 인사들에 대한 '내로남불'을 주장하고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민간 공급 확대를 촉구하면서 민심을 공략하는 모습이다. 현장을 찾은 오 시장은 "서울시가 지난 4년 씨를 뿌려서 줄기가 올라왔는데 (정부가) 전부 쳐내고 제초제까지 뿌려놓은 듯하다"며 "과거 제가 지정한 389개 재정비촉진지구를 후임 시장이 모두 해제하면서 지금과 같은 주거 환경의 불균형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민주당은 당 공식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아직 당 부동산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도 열지 않았다"며 "국토교통위원회 의원들 주장은 개인 차원의 아이디어로, 필요할 경우 상임위와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영신 기자 / 한창호 기자 / 이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