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소관기관 법률 해석 엇갈리고
담당 공무원 바뀌며 인허가 계속 지연되자
개발업자 5명 중 2명 “사업비 10% 넘게 증가”
국토부, ‘신속 인허가 지원센터’ 출범 준비
지자체·소관기관 패스하고 위원회가 결정 내려
일각선 “특혜논란 가능해... 감사 면책 필요”
대형 부동산개발업체(시행사) A사는 2021년부터 대전광역시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건설사업을 진행 중이다. 재작년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공모 지원사업에도 선정됐다. 그러나 순탄할 것 같던 사업은 4년째 지방자치단체 인허가에 막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추진 절차가 흔들리고, 지자체의 공공기여에도 원칙이 없다”며 “공공기여를 많이 하면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준다고 해서 따랐더니 이번에는 다른 부서에서 특혜 시비 논란이 붙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반 분양사업도 아니고 공공주택 사업까지 이런 일을 겪을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인허가 지연으로 사업비가 증가하고 있다. 지자체와 소관기관 사이에서 법률 해석이 엇갈리는 등 다양한 원인으로 개발 사업이 표류하며 개발 부지가 경·공매로 넘어가는 사례도 나온다. 이에 주택 공급도 막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지자체·유관부서를 거치지 않고 바로 사건을 접수받아 유권해석 등 결론을 낼 수 있는 ‘신속 인허가 지원센터’를 준비하고 있다.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실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신속 인허가 지원 제도’ 대국민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이종민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허가 지연으로 인한 비용 증가로 내부 자금사정이 악화하고, 사업비 증가로 분양가가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축공간연구원이 진행한 ‘2025년 부동산개발사업 인허가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동산개발업계 관계자 324명 중 79.9%가 ‘최근 3년간 개발사업 추진 시, 인허가 지연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응답자 13명은 ‘인허가 절차가 언제 끝날지 몰라, 지연 기간을 판단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인허가 지연은 막대한 사업비 증가로 돌아왔다. 응답자 4명 중 1명은 인허가 지연으로 사업비가 10% 이상 증가했다고 답변했다. 인허가 지연으로 사업비가 100억원 이상 증가했다고 답변한 개발업 관계자도 27명에 달한다. 사업비 증가는 분양가 상승(46명), 브릿지 대주단의 자금회수 압박(21명), 경·공매 진행(11명), 개발포기(5명) 등으로 이어졌다.
인허가 지연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소관부서 간 법률해석 차이 등이 지목됐다. 설문조사에서 인허가 지연 주요 원인 1순위로 소관부서 간 상이한 의견·소통부재(88명), 각종 법률 간 중복 또는 불일치(87명)가 가장 많이 꼽혔다. 지자체가 애매한 이유를 근거로 반려 또는 보완 지시(96명)를 요구하거나 접수 지연, 안건 상정 보류(82명)로 인허가 지연된다는 응답도 많았다.
국토교통부는 주택 사업의 첫 단추가 인허가 과정인만큼 절차를 단축하기 위한 신속 인허가 지원센터를 연내 설치할 계획이다. 인허가 과정 중에 법령상 불명확한 사안이 발생하면 지자체·유관부서를 거치지 않고 지원센터로 바로 접수를 하도록 하고, 전문기관 검토를 거쳐 지윈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구조다.
국토교통부는 신속 인허가 지원센터가 운영을 총괄하되, 박사급 3인·석사급 2인으로 구성된 전문기관에 △접수 및 기초보고서 작성 △조사보고서 작성 △모니터링을 위탁하는 구조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검토가 이뤄지면 25명으로 이뤄진 신속 인허가 지원위원회가 인허가 절차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는 모델이다. 지자체는 지원위의 결정을 이해해야 하며, 미이행 시 정당한 사유를 제출해야 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신속 인허가 지원센터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려면 담당자들의 적극 행정을 유도할 수 있는 ‘감사면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부동산개발사업은 사업예산의 규모가 크고 주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인허가 결정에 대한 감사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담당 공무원의 소극 행정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진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정책연구실장은 “인허가에 대해서는 항상 특혜 논란이 불거진다. 인허가에 대한 감사 면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수 경기도 주택정책과장도 “법이나 규칙에서 공무원의 행위를 적극행정으로 해석해도, 언론에 보도되거나 정치적인 문제에 휘말리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단순히 감사를 면책하는 이상의 강력한 구제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