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래미안아이파크 일부 동
설계 문제로 도로 법정 이격거리 침범
방음벽 설치되면 2개 동 5층 이하 세대
올림픽공원 조망권 방해, 재산 피해도 우려
조합·관공서 모두 해결 방안 마련에 미온적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위치한 ‘잠실 래미안아이파크(잠실진주재건축아파트)’가 올해 말 입주를 앞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설치 중인 방음벽과 일부 동(棟)의 이격거리가 0.9m에 불과, 일부 입주 예정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설계 오류로 설치되는 방음벽으로 인해 올림픽공원 조망을 못할 뿐더러 향후 집값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조합에 대책 마련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조합은 입주 연기 차단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잠실진주재건축아파트 조합은 지난달 28일 조합원들에게 “현재 조합님 간 방음벽 설치 유무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며 관련 내용을 담은 전체 문자를 발송했다.
최근 공사 현장에서 방음벽을 설치하기 위한 기초공사가 마무리됐는데 완공 이후 창문을 열면 바로 앞에 방음벽만 보일 정도의 거리라는 점이 논란이 된 것이다. 설치 기준상 방음벽은 3~15m 높이로 지어지는 데 이 경우 1~2층이 필로티 구조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3~5층 주민들의 피해가 큰 상황이다.
한 입주 예정자는 “현재 부동산에서 해당 동 저층부의 경우 추후 매물로 내놓게 되더라도 최소 5억원에서 10억원의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합 이미 설계 오류 인지, 뒤늦게 수습”
일부 입주민들은 조합이 이미 해당 동의 ‘초밀착 방음벽’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설계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도로 인도 확장분을 미처 반영하지 못해 결국 해당 동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을 내놨다는 것이다.
이후 조합은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저층부 입주민들의 서울시 민원 제기 등 집단행동이 이어지자, 입주 일정 지연을 우려해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에 따라 조합 측은 최근 문자를 통해 방음벽 설치 근거로 “단지 내 방음벽 설치는 ‘주택법’ 제42조·‘주택 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9조 소음방지 대책의 수립, ‘환경영향평가법’ 제42조·‘서울시 환경영향평가 조례’ 제4조, 제14조 따라 2017년도 및 2021년도에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결정된 진주아파트는 단지 내 도로교통 소음방지 대책으로 방음벽을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107동 3개 층(3층~5층) 민원은 송파구청이 검토 후 대안을 갖고서 협의하고 있으나 난항 중이다. 공공디자인 심의 결과(방음벽 전면 삭제)는 서울시 2개 부서 간 조정을 서울시에 요청했다”며 “조합은 27~30일간 전문 용역업체에 소음 실측정을 의뢰해 실측정 소음 값 데이터를 갖고서 유관 부서와 방음벽 높이를 낮추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조합 측이 해결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건 동별로 방음벽 떨어진 거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107동의 경우 0.9m의 너비와 13.5m 높이의 방음벽을 설치하기로 하면서 일부 층 입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또 다른 입주 예정자는 “인근 동네에서 안 살아본 아파트가 없을 정도로 올해 말 준공을 목표로 입주를 기다리며 버텨왔는데 불과 얼마 전 입주민들 사이에서 107동 쪽에 유독 1m도 되지 않는 간격으로 바로 벽면에 방음벽이 설치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현장에 쫓아갔다”며 “상식적으로 다른 아파트들을 보더라도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입주민의 생활권을 보장해 줘야 하는데 이건 뭐 숨을 쉴 수도 없을 정도로 턱 막히는 거리”라고 토로했다.
한 조합 관계자는 “조합에서는 현재 계속해서 서울시와 대책 마련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결정 난 건 없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빨리 입주가 되지 않을까 봐 걱정된다”며 “머지않아 입주해야 하는 상황인데 뭔가 결정이 안 나니 당장 하루하루가 속이 탄다”고 전했다.
서울시·송파구 ‘방음벽 설치’ 놓고 갈팡질팡
서울시 디자인심의담당과와 친환경건물과도 방음벽을 두고 쉽사리 결정을 내리고 있지 못한 상태다. 지난 7월 서울시 공공디자인 심의에서 도시미관상을 이유로 방음벽 설치 삭제를 조합에 통보했으나 이후 조합이 재심의를 신청해 전날 다시금 방음벽 설치 삭제를 권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서울시 친환경건물과에서는 도로교통소음 기준에 따라 일정 데시벨을 초과하는 도로 소음이 발생해 방음벽을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친환경건물과 관계자는 “6층 이상은 창문을 열지 않은 실내 소음도가 45데시벨 이하, 5층 이하는 창문을 열었을 때 65데시벨 이하여야 주택 건설 기준 규정에 충족하지 않는다. 당시 시뮬레이션을 통해 방음벽의 너비와 높이 등이 환경영향평가 심의 협의가 나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조합 측에 협의했더라도 사업계획이 중간에 바뀌게 되면 환경 보전 방안 등이 바뀐 계획에 맞춰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방안을 보강해 변경 협의를 요청하면 가능하다는 것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지난주 소음 실측을 해 이날 중 결과가 조합에 통보될 예정이다. 측정 결과에 따라서 방음벽 설치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피해 입주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송파구 측은 “최대한 법규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입주민들의 배려를 해드리고 싶지만 구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며 “현재 친환경건물과에서는 주택법 45조에서 소음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디자인 심의에서는 외관상 삭제를 하라고 한 것이니 현재 부처 간 이해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며 난처해했다.
이어 “주택법상 방음벽의 높이는 정해져 있지만 유격거리의 경우 법규상 정해진 바가 없어서 여러 가지 방안으로 서울시를 찾아가고 했지만 일단 현재 통보받은 건 없다”고 밝혔다.
문제 동의 시공을 맡은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조합과 구청에서 이와 관련한 협의가 진행 중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협의가 이뤄지는 내용을 바탕으로 준공에 차질이 없도록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주아파트는 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이 재건축 시공을 맡아 잠실 래미안아이파크란 이름으로 지난해 10월 분양했다. 1순위 청약에서 307가구 모집에 8만2487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268대 1에 달했다. 해당 아파트는 일반분양 기준으로는 잠실 권역에서 약 20년 만에 나오는 대단지 아파트로 최고 35층, 23개 동, 2678가구 규모다.
한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옛 개포주공1단지)에서도 재건축 당시 도로변(선릉로, 개포로, 언주로, 양재대로 등)에 방음벽을 설치하기로 계획하며 입주민들이 반발한 바 있다. 현재 입주민들의 민원으로 방음벽은 철거된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