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824건 22% '쑥'
토허제로 매매 쉽지않고
"더 오르기 전 물려주자"
세금 줄이려 선택 늘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사는 60대 김 모씨는 최근 아파트를 아들에게 증여하기로 했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내린 결정이었다. 김씨는 "아파트 값이 계속 뛰면 나중에 증여할 때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고 들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때문에 매매도 쉽지 않아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15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을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아파트 등 집합건물 증여가 올해 상반기 824건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675건)보다 22.1% 올라간 수치다. 아직 6월 실거래가 신고 기한(1개월)이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치는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최고조에 달했던 아파트 증여는 2023년부터 크게 줄어든 후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강남3구에서 서울 전역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비슷한 경향이 확인된다. 2023년 이후 증여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해 상반기 3617건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향후 집값 상승을 염두에 두고 증여세를 아끼려는 움직임이다. 국내 증여세는 누진세 구조라 증여받은 재산 가치가 높을수록 세율이 높아진다. 게다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로 매매 거래가 쉽지 않고 새 정부 출범 이후 보유세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월별 증여 추세도 증가세다. 지난 1월 81건에 불과했던 강남3구 증여는 5월 189건으로 2.3배 급증했다. 6월은 신고 기한이 끝나지 않았는데 벌써 171건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증여를 자극하는 요소가 앞으로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증여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집이 많으면 다주택 위험도 커지고 그나마 가격이 저렴할 때 물려주자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특히 강남3구 등 인기 지역은 한번 팔면 다시 매수하기 힘들다 보니 증여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편법 증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고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국세청은 집값이 과열된 수도권 중심으로 탈세 정보를 수집하고 부동산 실거래 자료, 소득·재산 자료 등을 활용해 편법 증여를 조사한다. 국토교통부는 자금 출처 의심 사례, 허위 계약 신고 등에 대한 점검을 강화한다.
[손동우 기자 / 위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