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시 ‘거북섬’의 핵심 개발 부지가 국세청에 압류된 후 강제 공매에 부쳐졌다. 이 부지는 앞서 수년간 일반 공매를 통해 새 주인을 찾으려 했지만 유찰이 반복됐고, 시행사의 자금줄이 막혀 세금까지 내지 못한 채 개발사업이 사실상 마침표를 찍어가는 모양새다.
10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온라인 공매 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최근 시흥시 정왕동 2724번지와 2724-1번지가 다시 공매로 나왔다. 총면적 약 1만5000㎡ 규모로 감정평가액은 1082억원에 달한다. 이 부지는 과거에도 사업성 악화로 네 차례나 공매 절차를 밟았으나 번번이 매각에 실패했다. 건축 허가까지 받아둔 상태였지만,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도 외면하며 새 주인을 찾는 데에 실패했다.
이번 공매의 차이점은 영등포세무서가 세금 체납을 이유로 부지를 압류하고 매각에 나섰다는 점이다. 이전까지는 민간 신탁사가 공매를 주도했지만, 이제는 국가가 조세징수 절차를 통해 자산 회수에 나선 것이다.
해당 부지는 시흥시 등이 2000년대 초반부터 야심 차게 추진해 온 ‘시화 MTV(멀티테크노밸리)’ 해양관광레저 복합개발 사업의 핵심지다. 사업 내 상업용지 중에서 가장 넓으며 인공섬 형태로 조성된 ‘거북섬’ 중앙부에 위치해 일명 ‘등딱지 부지’로 불렸다.
이 부지는 거북섬에서도 가장 알짜 입지에 있다. 부지 북측에는 세계 최대 인공 서핑 시설을 갖춘 복합리조트 ‘시흥웨이브파크’가 있으며 한때는 세계적인 호텔·리조트 그룹 계열사의 숙박시설이 들어온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번 공매 대상 부지를 소유한 더웨이브시화MTV는 609실 규모 생활형숙박시설 건축허가까지 받아냈지만 2022년 하반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은 급격히 위축됐다. 거북섬을 비롯한 시흥시 일대에 분양됐던 아파트·오피스텔·생활형숙박시설 등이 줄줄이 미분양되며 분양가보다 낮은 금액에라도 처분하려는 매물이 쏟아졌다. 결국 더웨이브시화MTV는 분양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해 착공을 포기했고 부지는 공매 절차를 밟게 됐다.
이후 2023년부터 지난 3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공매가 추진됐지만 매번 수차례 유찰을 거듭하며 매수자를 찾는 데에는 실패했다. 이처럼 민간 차원의 매각 시도가 무산된 끝에 올해 들어서는 더웨이브시화MTV가 세금을 체납하면서 영등포세무서가 부지를 압류해 강제 매각에 나선 것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거북선 인근에서 지난 2021년부터 상가와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의 분양이 이어졌지만 예상과 달리 상권 형성이 더디고 수익성도 떨어지면서 다수 자산이 사실상 실패 상태에 놓여 있다”며 “지금도 경매 물건이 나오고 있지만 시장의 관심은 미미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물건 역시 세금 체납에 따른 공매 절차에 들어서면서 회생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