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공공택지 43개 필지에
LH 미분양매입 약속했지만
착공은 달랑 6개 필지 그쳐
건설사 “사업성 없다” 기피
대출규제까지 엎친 데 덮쳐
수도권 주택공급 지연 우려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미분양이 나면 대신 사준다’는 약속(매입확약)까지 내걸었지만 실제 착공 실적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미분양 매입확약을 제공한 전체 토지 가운데 올해 상반기 착공에 돌입한 곳은 14%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택담보대출까지 대폭 제한된 후 분양 위축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수도권 주택 공급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LH가 지난해 민간 건설사와 미분양 매입확약을 체결한 수도권 공공택지는 총 43필지다. 해당 필지엔 2만5093가구가 공급될 계획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8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하며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2025년 안에 착공하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한 매입확약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미분양이 나면 정부가 사줄 테니 걱정 말고 2025년 안에 빨리 착공하란 취지였다. 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 우려가 커지자 정부도 승부수를 띄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이 발표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실제 착공에 들어간 건 딱 6필지(14%)뿐이다. 공급 가구 수는 3221가구로 전체 물량의 약 13% 수준이다. 지난해 말 4필지(2651가구), 올해 2필지(570가구)만 착공이 이뤄졌다. 정부가 상반기 안에 착공하면 미분양이 났을 때 매입 가격을 좀 더 높게 쳐주겠다고 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이 같은 추세대로면 올해 하반기까지 전체 필지가 착공되긴 어려워 보인다. 연내 착공이 이뤄지지 않으면 미분양 매입 확약은 없던 일이 된다. 이미 미분양 매입확약이 제공된 공공택지 가운데 4필지(1656가구 규모)는 민간 건설사가 아예 토지 매매 계약을 해약했다. 토지 개발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손을 떼버린 것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기초 체력이 워낙 떨어져 있기 때문에 자금 조달이 쉽지가 않다”며 “게다가 공공택지는 분양가가 낮아 사업성이 좋지도 않기 때문에 본격 추진을 더욱 주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LH 측은 “토지 매매 대금을 모두 납입해 착공을 앞둔 곳이 추가로 5필지 있다”며 “사업 승인, 교통·환경영향평가 등 여러 단계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상반기보단 하반기에 주로 착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강력한 대출 규제 카드를 꺼낸 것도 공급을 지연시킬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경기·인천)에서만 2만609가구가 분양될 예정이지만 시장의 기대와 달리 분위기는 녹록지 않다.
6·27 대책에 따라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에서 1주택자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면 기존 주택을 6개월 이내에 처분해야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 실거주 목적 외의 자금 조달은 사실상 봉쇄된 셈이다. 이 같은 규제가 수도권 전역에 동일하게 적용되면서, 실제로는 서울과 수요 여건이 완전히 다른 외곽 지역까지 똑같은 영향을 받게 됐다는 점이다.
예컨대 경기 평택과 이천은 수도권이지만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상황이다. 평택은 올해 3월부터, 이천은 작년 8월부터 지정됐지만 오랜 기간 해제가 되지 않고 있다. 수도권 대출 규제가 해당 지역엔 더욱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지현 주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앞으로 수도권은 분양 수요가 있어도 대출 규제가 장벽이 될 것”이라며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중도금 대출, 잔금 대출, 전세대출 등에 줄줄이 영향을 미치면서 분양시장이 급격히 식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