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연구원 ‘사적연금제도 개선방안’ 보고서
‘상속’에 대한 인식, 낮은 급여 수준 걸림돌
주택연금(역모기지) 제도가 자녀에게 집을 물려줘야 한다는 상속 문화와 낮은 급여 수준 탓에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일 국민연금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사적연금제도 연금화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연금 제도는 지난 2007년 도입 이후 가입 건수가 꾸준히 늘어 2023년 말 기준 누적 12만건을 넘어섰지만, 이는 전체 대상 주택의 1%대에 불과한 미미한 수준이다.
가장 큰 장애물은 ‘상속’에 대한 인식이었다. 주택금융공사의 2022년 실태조사 결과, 주택연금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로 ‘자녀에게 상속하기 위해서’라고 답한 비율이 54.4%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월지급금이 적어서(47.2%)’라는 응답이 높았다.
지역별 불균형도 심각했다. 지난해 4월 기준, 전체 가입자 3분의 2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주택 가격이 높은 수도권에만 혜택이 쏠리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셈이다.
더욱이 지난 2020∼2021년 주택 가격 급등기에는 기존 가입자들이 연금을 해지하고 주택을 매각(해지 후 매각 비중 46.3%)하는 사례가 급증해 제도의 안정성을 위협하기도 했다.
연구원은 주택연금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은 연금’과 ‘더 넓은 가입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월지급금 증액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최근 대출 한도를 5억원에서 6억원으로 상향한 데 이어, 주택 가격 상승 추세를 반영한 지속적인 한도 확대가 필요하다”며 “또한 시가 2억5000만원 미만 저가주택 소유자에게 월지급금을 최대 20% 더 주는 ‘우대형 주택연금’의 가입 조건에서 기초연금 수급 요건을 폐지해 저가주택 보유자 전체로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가입 문턱도 대폭 낮춰야 한다”며 “현재 공시가격 12억원 이하인 주택 가격 상한을 미국, 홍콩처럼 궁극적으로 폐지하고, 연금저축(소득 100원당 11∼15원)에 비해 현저히 낮은 세제 지원율(100원당 1.6∼2.2원)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원은 고령 가구가 큰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옮기면서 발생하는 차액을 연금 계좌에 넣어 세제 혜택을 받는 ‘주택 다운사이징’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어 “자산이 대부분 부동산에 묶여 있는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세대의 현실을 고려할 때, 주택연금의 기능 정상화는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과제”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