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순환의 늪’에 빠진 건설
지방 분양 물량 85% 급감
건설투자도 두자릿수 감소
주택 공급의 선행 지표인 인허가·착공·준공 물량이 모두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 부문의 투자 실적도 암울한 상황이다.
줄어든 건설투자가 수도권 주택 건설 위축에 의한 집값 불안을 만드는 동시에 서울 집값 과열과 쏠림이 지방의 건설 경기 침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5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2만424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2만3492가구)보다 13.1% 줄었다.
한 달 전(2만4026가구)과 비교해도 15%가 감소했다. 특히 지방 주택 인허가 물량이 1만1794가구로 1년 전(1만3812가구)보다 14.6% 줄었다. 수도권 인허가 물량(8630가구)도 전년 대비 10.8%가 줄었다.
주택 착공 물량도 1만5211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5월 1만7340가구가 착공한 것보다 12.3% 감소한 수치다. 착공 물량도 같은 기간 지방의 감소폭(-16.5%)이 수도권(-9.3%)보다 컸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상당히 얼어붙은 여파로 보인다. 분양 시장에서 역시 비슷한 분위기가 엿보인다.
전국 5월 분양 물량은 1만1297가구로 전년(2만179가구) 대비 44%나 급감했다. 지방 분양 물량은 작년 1만1617가구에서 올해 1743가구로 85%나 줄기도 했다.
그나마 수도권 분양은 같은 기간 8562가구에서 9554가구로 늘었다. 집들이(입주)에 나선 전국 준공 물량도 2만6357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10.5% 감소했다.
건설 부문 투자 실적도 여전히 암울하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5월 건설기성(건설투자)액은 전월보다 3.9% 감소했다. 주거용과 비주거용 공사 실적이 모두 줄어 건축은 -4.6%를 기록했다. 토목(-2.0%) 역시 일반 토목 분야의 실적이 줄었다.
건설기성은 이 분야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지난해 8월부터 2월을 제외하곤 모두 마이너스였다. 이러다 보니 전년 동월 기준으로 따지면 5월엔 -20.4%로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향후 경기 전망을 가늠할수 있는 건설수주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주택 등 건축(20.7%)에서의 선방과 달리 발전·통신 등 토목(-62.4%)이 큰 폭으로 하락하며 전월보다 5.5% 줄었다. 전월(-10.3%)에 이은 2개월 연속 감소세다.
건설업 부진은 생산지표도 끌어내렸다. 5월 전산업생산은 -1.1%로 두 달 연속 전월보다 쪼그라들었는데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건설업 생산 부진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공공행정에서 생산이 늘었으나 광공업, 건설업 등에서 생산이 줄었다”고 말했다.
한편 5월 국내 경기는 건설업과 자동차 산업 부진으로 생산과 설비투자(-4.7%)가 2개월 연속 동반 하락했다.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전월과 보합이었다.
최창윤 통계청 서비스업동향과장은 “건설기성, 내수출하지수 같은 구성 지표가 하락해 경기동행지수가 3개월 연속 증가하다 감소했다”며 “최근 경기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었는데 국내외 불확실성 때문에 감소로 전환한 상황이라 장기적으로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