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한도 6억원으로 제한
전세금반환대출도 규제하면
갭투자 후 실거주할 때 곤란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지난 28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이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매(갭투자)했던 집주인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에서 이들이 추후 실거주를 위해 대출받을 때 규제 대상인지를 아직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분상제)를 적용받아 입주를 마친 단지들이 주목된다. 이들 아파트 단지에 전세를 놓고 잔금을 충당한 수분양자들은 금융당국 지침 해석에 따라 ‘실거주 의무’ 위반 여부가 정해질 수 있다.
29일 금융당국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은행 전세퇴거자금대출(실거주를 전제로 한 전세금반환대출)을 이번 대출 규제 적용 대상에 포함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대출 규제 실행일(28일) 이후 계약 물건에 대한 전세퇴거자금대출은 6억원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방향이 잡혔다. 하지만 그 이전 계약 건에 대한 처리 문제는 확정하지 못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전세퇴거자금대출을 ‘6억원 제한’ 적용 대상으로 볼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진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매한 사람을 ‘기존 차주’로 판단해 보호할지를 놓고 의견이 제각각이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추가적인 기준을 곧 발표할 계획”이라며 “사실상 갭투자를 한 사람들도 있는 만큼 기준을 세분화해 선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선 28일 이전에 매매계약을 체결했거나 대출 신청 접수가 완료된 차주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형평성 논란까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9년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을 금지했을 때도 제도 시행 이전에 계약한 주택의 전세퇴거자금대출은 규제 대상이 아니었다.
지난해 여름 서울 지역에서 전세 낀 아파트를 사들였다는 김모씨는 “당시 주인이 거주하는 매물이 없어 하릴없이 세입자가 있는 집을 샀다”며 “임차 기간이 끝나면 대출받아 입주하려고 했는데 ‘6억원 규제’를 받으면 자금 계획이 다 꼬인다”고 항변했다.
분상제를 적용받은 후 입주를 마친 단지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3월 분상제 아파트 실거주 의무를 3년간 유예하는 방안이 확정돼 일부 집주인들이 전월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낸 경우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입주 이후 3년 안에 의무 거주 기간을 채우려면 전세퇴거자금대출을 활용해야 하는데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예를 들어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은 전용 84㎡ 분양가격이 12억3060만~13억2040만원이었다. 지난해 말 입주 당시 동일 평형 전세 시세는 8억~9억원에 형성돼 있었다. 만일 집주인이 중도금 대출과 잔금을 전세보증금으로 충당했다면 향후 입주 때 문제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분상제로 인한 실거주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최악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분양가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집을 되팔아야 할 수도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갭투기를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하는 기준을 잡기가 어렵다”며 “소급 적용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매일경제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수도권에서 실거주 의무가 적용됐는데 입주를 마친 단지는 꽤 됐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을 비롯해 래미안원펜타스(641가구), e편한세상 고덕어반브릿지(593가구), 강동헤리티지자이(1299가구), 센트레빌아스테리움시그니처(752가구), 장위자이레디언트(2840가구)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