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콘퍼런스 셈텍 2025
전세계 300명 친환경 기술 논의
한국 2050년 53% 감축 목표
전문가 "현재 기준으론 어려워"
대체연료·원료 활용폭 넓히고
친환경 시멘트 기준 재정립을시멘트업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 시멘트 콘퍼런스에서 한국 시멘트업계의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산업표준(KS) 기준 제·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시멘트업계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친환경 기술개발을 하고 있는데, 이를 정착시키려면 KS 기준 개정과 함께 업계의 연구개발(R&D)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에 본부를 둔 글로벌 시멘트 산업 전문기관 셈넷(Cemnet)이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서울에서 '셈텍(Cemtech) 2025'를 개최했다. 한국에서 셈텍이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멘트 산업의 탈탄소화'를 주제로 한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시멘트 전문가 300여 명이 참석해 25건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메인 행사인 토론회에서는 토머스 암스트롱 셈넷 회장, 장 미셸 레이 삼표그룹 전무, 피터 호디노트 전 유럽시멘트협회장과 국내 전문가들이 참여해 원료·연료 전환과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에 대해 논의했다.
토론회에서 김진만 공주대 그린스마트건축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KS 기준이 친환경 시멘트 기술개발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멘트 원료로 다양한 산업 부산물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KS, 시방서, 건설공사 표준 기준 등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시멘트 원료인 클링커 비중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한국은 이와 관련한 산업표준이 없기 때문에 하루빨리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클링커는 석회석을 점토, 실리카, 철 원료 등과 함께 1450~2000도 고온으로 구워(소성)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탄소가 많이 배출된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시멘트 원료에서 클링커 비중을 낮추고, 굽지 않는 석회석으로 대체하는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클링커 비중이 낮은 시멘트로 콘크리트 작업을 하면 타설 강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품질에 대한 확실한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고 말했다.
호디노트 전 회장은 "한국 시멘트업체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맞추려면 CCS 기술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암스토롱 회장은 "한국 시멘트 산업에서 친환경 기술개발과 설비 투자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행사 참석자들은 12일 충북 단양의 한일시멘트 공장을 방문해 친환경 설비 운영 상황을 확인했다. 한일시멘트는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순환자원 완전 연소를 위한 '파이로로터' 설비도 갖췄다.
전근식 한국시멘트협회장은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발걸음을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윤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