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상승세 계속 확산
행당동 한진·대흥동 태영 등
준공된 지 20년 지난 아파트
용적률 높아 재건축 어려워도
대단지 강점에 실수요 몰려서울 비강남권에 있으면서 용적률이 높은 구축 아파트 일부가 저금리 당시 고점 가격을 회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로 역세권 주변에 있는 대단지 아파트로 실거주 강점이 주목받으며 수요가 꾸준히 이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 아파트뿐 아니라 비강남 구축 아파트들도 2020~2021년 당시 전고점 가격을 속속 회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아파트가 성동구 행당한진타운 아파트다. 2000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2123가구 대단지로 구성됐다. 지하철 5호선 행당역 초역세권 단지인 이 아파트는 최근 전용면적 84㎡가 15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직전 최고가는 2022년 4월 당시 14억7000만원이다.
마포구에 있는 대흥태영 아파트도 최근 가격이 급속히 올랐다. 1999년 지어져 올해 준공된 지 26년 된 이 아파트는 전용 84㎡가 지난 3월 17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2022년 당시 기록한 최고가(17억5000만원)에 근접했다. 이 단지는 지하철 6호선 대흥역에 가깝고 염리초도 근처에 있다. 마포구에 형성된 대흥 학원가와도 멀지 않아 학령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2003년 준공된 영등포구 당산삼성래미안 아파트는 선호도 높은 노선인 지하철 2·9호선 당산역 초역세권이라는 강점으로 최근 전용 84㎡가 17억5000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직전 최고가는 2022년 5월 17억3000만원이다.
광진구 현대프라임 아파트도 전용 84㎡가 17억원에 거래되며 2021년 9월 당시 최고가(17억2000만원)에 근접했다. 이 단지는 지하철 2호선 강변역과 가깝고 한강과도 인접한다.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에 따른 개발 호재의 직접 수혜 단지로 꼽힌다.
이처럼 비강남권에서 직전 최고가를 회복한 단지들의 공통점으로는 대단지, 역세권, 일자리 접근성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용적률이 높은 구축 아파트로 재건축 호재는 바라보기 어렵지만 실거주 여건이 좋아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강남, 여의도, 광화문 등 주요 일자리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지하철역이 단지 주변에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최근 들어서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아파트)' 추세가 확고해지며 신축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져왔다. 하지만 신축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며 구축 아파트와 격차가 크게 벌어지자 실수요자들이 구축 아파트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하며 위치가 좋은 대단지 아파트 가격의 상승세가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이와 함께 분양가의 가파른 상승도 구축 아파트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이달 은평구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메디알레는 전용 74㎡ 최고가가 13억7000만원에 달한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시장에서는 '본격 금리 인하 사이클 시작'이라는 기대심리가 형성되고 있다"며 "강남 3구와 용산구는 이미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고 있고 교통 기반 시설이 좋은 지역들도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거래 증가세가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유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