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아파트는 중국인에게도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인 모양이다.
올해 들어 서울 강남3구에서 아파트, 빌라, 상가 등 ‘집합건물’을 사들인 외국인의 절반 이상이 미국 국적자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외국인의 전국 집합건물 소유권 이전(매매) 등기 신청 건수는 총 5153건이다. 신청 건수는 올해 1월 833건에서 2월 1011건, 3월 1087건, 4월 1238건으로 늘다가 5월 984건으로 감소했다.
국적별 매수 집합건물 비율은 중국인이 66.9%(3449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인 12.3%(633건), 베트남인이 3.4%(173건), 캐나다인 2.8%(142건), 러시아인 2.5%(127건), 우즈베키스탄인 2.1%(108건) 등 순으로 집계됐다.
중국인은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집합건물을 매수했다. 중국인이 사들인 집합건물을 권역별로 보면 경기도가 50.9%(1754건)로 가장 많았고, 인천과 서울은 각각 17.1%(591건), 9.0%(309건)였다.
자치구별로 보면 중국동포가 모여 사는 지역에서 중국인이 집합건물을 많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부평구가 중국인의 집합건물 매수가 234건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에서는 구로구(59건), 금천구(52건), 경기도의 경우 부천 원미구(190건), 시흥시·안산시 단원구(182건), 부천 소사구(150건)에 매입자가 몰렸다.
전체적인 외국인 매수자 중에선 중국 국적자의 비율이 높았지만, 고가 아파트 단지가 몰려 있는 강남권 등 상급지에선 ‘미국인’의 매수세가 강했다.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3구의 외국인 집합건물 매수 신청자를 국적별로 보면 전체 120건 중 미국인이 55%(66건)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중국인은 13.3%(16건)에 불과했다.
편한외국인 주택 소유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의 ‘외국인 토지·주택 보유통계’를 보면 작년 말 기준 외국인 소유한 주택은 10만216가구, 주택 소유 외국인은 9만858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주택(1931만가구, 2024년 가격공시 기준)의 0.52% 수준이다. 가구 수는 지난해 상반기(9만5058가구) 대비 5.4%(5158가구), 소유자 수는 같은 기간(9만3414명) 대비 5.5%(5167명) 각각 늘었다.
중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 비율이 늘면서 ‘역차별’ 논란도 커세다.
국내의 외국인 보유 주택은 2022년 8만 3052가구에서 지난해 10만 216가구로 2년 새 21% 증가했다. 체류 외국인 수가 갈수록 늘어나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중국인의 경우 외국인 주택 매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53.7%에서 지난해 56.2%로 점차 커지고 있다.
국내 장기 체류 외국인(작년 기준 204만2000명) 중 중국인은 47%(95만9000명)를 차지하는데, 이보다 비율이 10% 포인트 가량 높다.
내국인이 부동산 구입 때 ‘역차별’을 당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도 국내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을 때 LTV(주택담보인정비율) 등 대출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지만, 자국 금융회사에서 대출받는 경우 규제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국인은 세대 현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다 보니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양도소득세 중과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중국의 경우 ‘상호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중국에서는 최소 1년 이상 합법적으로 체류한 외국인만 주거용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으며, 이마저도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상 소유권이 아닌 장기 임차 사용권이다.
중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매입하기는 쉽지만, 반대로 한국인이 중국 부동산을 사는 건 까다롭다는 얘기다.
다만 중국이 부동산 매입에 있어 한국인에게만 제한을 두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의 ‘상호주의 위배’라고 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