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내년말 첫 입주
당초 계획보다 4년 늦어져
李캠프 “세부내용 확정안돼
공약집에 넣지 않은것뿐”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공공주택을 대거 공급하겠다”며 4기 신도시 건설을 공언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그러나 28일 공개된 공약집에는 ‘4기 신도시’가 없었다. 공급 의지는 여전히 밝히고 있지만, 1기 신도시 재건축 일정과 더불어 3기 신도시 건설 지연 등 현실적 한계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후보는 대선 초반부터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4기 신도시’ 카드를 꺼냈다. 지역이나 물량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대규모 택지를 개발해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실제 공개된 정책공약집에는 1기 신도시의 신속한 재건축, 신도시의 교통 인프라스트럭처 보강, 3기 신도시의 자족 기능 강화만 명시돼 있을 뿐 4기 신도시는 빠졌다.
이 후보 측은 “4기 신도시는 추진할 것이지만 세부 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공약집에 넣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을 의식한 후퇴로 해석하고 있다.
건설업계와 주택·도시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재건축이 2030년 첫 입주도 쉽지 않다는 점, 기존 3기 신도시 일정도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새로운 신도시 지정·건설은 쉽지 않으리라고 내다보고 있다. 소요되는 시기를 고려할 때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보통 후보지로 선정된 공공택지가 본격 분양되기까지는 8년, 입주까지는 10년 이상 걸린다.
4기 신도시 공약의 가장 큰 걸림돌은 현재 진행 중인 3기 신도시다. 상황이 녹록지 않다. 토지 보상 절차가 늦춰지는 것은 물론이고 공사비 상승으로 진척이 쉽지 않다. 예정된 주택 공급이 늦어지면 4기 신도시 카드를 꺼내더라도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본청약을 받은 고양창릉 A4 블록은 착공 지연을 이유로 입주 시기를 2028년 1월에서 5월로 늦췄다. 남양주 왕숙 A1·2블록과 B1·2블록도 입주 시기를 내년 12월에서 2028년 3월로 1년 이상 연기했다. 올해 준공할 예정이던 하남교산 A2블록의 준공 시기는 2027년 하반기로 늦춰졌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으로 착공한 3기 신도시 물량은 1만1000가구로 전체 17만4122가구의 6.3%에 그친다. 인허가 시기를 앞당기고 착공을 서두르지 않는 한 3기 신도시를 기반으로 한 주택 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3기 신도시 연도별 입주 물량 계획’에 따르면 3기 신도시 공공주택 첫 입주는 내년 12월 인천 계양에서 시작된다. 입주 규모는 1285가구에 그친다. 2027년에도 9614가구만 입주한다. 공공분양주택(뉴홈) 전체 물량의 55%인 4만8337가구는 2030년 이후 입주할 전망이다.
정부는 3기 신도시 건설 계획 당시 2026년까지 입주를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었지만 일정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유례없는 공사비 급등과 고금리 구조 속에 부동산금융(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질로 더 연기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21년에 사전청약을 받은 3기 신도시 지역들이 이제야 본청약을 받고 있다”며 “3기 신도시가 이제야 본격화했는데 4기 신도시 개발이 가능할지는 물음표”라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 임기 중에 4기 신도시가 실제로 공급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3기 신도시에 집중해 기존 주택 시장의 수급을 맞추는 게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4기 신도시를 위해 새로운 택지지구를 찾기보다는 현재 추진 중인 3기 신도시의 용적률 상향 등 주택 공급 효율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