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가격 계속 상승하며
경매진행물건 취소 속출
"시장서 팔아 갚는게 이득"지난달 31일 감정가격이 27억7000만원이던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98㎡의 경매가 취소됐다. 채무자가 직전에 경매 취하서를 법원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감정가 35억원) 역시 경매가 취하됐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가 전달 대비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경우에는 거의 반 토막이 났다. 반면 낙찰가격은 계속 올라가는 추세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은 지난 2월 서울시가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이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여파로 풀이된다. 그런데 강남3구와 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다시 지정(3월 24일)된 이후부터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고가 낙찰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매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적용 대상이 아닌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경매 매물은 줄어드는데 가격은 올라가는 '기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10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172건으로 전달(253건)에 비해 32% 감소했다. 강남3구는 같은 기간 33건에서 18건으로 45%나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일반 매매시장에서 아파트 가격이 오르자 경매에서 헐값에 처분하기보다 다른 경로로 매매하는 쪽을 선택한 것 같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인천의 경우에는 3월 아파트 경매가 319건으로 전달(225건) 대비 오히려 42% 늘었다.
반면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격 대비 낙찰가격 비율)은 크게 올랐다. 3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전월(91.8%)보다 5.7%포인트 상승한 97.5%를 기록했다. 강남3구는 97.5%에서 105.9%로 8.4%포인트 뛰었다.
지난달 24일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지정·확대 조치한 이후에는 낙찰가율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경매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원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집이나 땅을 거래할 때 기초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은 2년간 실거주 목적의 매매만 허용되며 주거용 토지는 토지이용계획서와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 실거주용임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경매의 경우 이 같은 절차와 요건이 모두 면제된다.
실제로 송파구 잠실동 우성 전용 131㎡(12층)는 지난 2일 감정가 25억4000만원의 125.1%인 31억7640만원에 낙찰됐다. 같은 날 강남구 청담동 건영 전용 85㎡(17층)도 감정가 30억3000만원의 125.8%인 38억1132만원에 낙찰됐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3월 초반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효과, 후반부터는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받지 않는 점이 부각되면서 평균 낙찰가율이 올라가는 대신 매물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