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 해결 아이디어로
정주영상 등 창업상 휩쓸어
화물차 주차앱 ‘트럭헬퍼’
서대규 빅모빌리티 대표
노는 땅도 ‘노다지’가 될 수 있다. 불법 주차로 내몰리는 대형 화물차 운전자의 시름을 덜어주는 주차장으로 전환하면 말이다.
기발한 발상으로 각종 창업경진대회를 휩쓴 2년차 스타트업 빅모빌리티 서대규 대표(41)가 화제다. 화물차 주차 정보 어플리케이션(앱) ‘트럭헬퍼’로 최근 스타트업 업계 ‘최고 신인상’이라 할 만한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앞서 기아 스타트 챌린지와 국토교통부 장관 우수 창업인 표창도 받았고, 경기도 임팩트 프랜차이즈 1기 기업에도 뽑혔다.
최근 경기 성남시 제2판교테크노밸리 사무실에서 만난 서 대표는 한국타이어(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서 14년 간 근무한 뒤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국내 화물차 타이어 시장의 40%를 점유하는 회사에서 일할 때도 정작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인 그 시장은 잘 몰랐다. 서 대표는 “대형 화물차 불법주차가 교통사고를 유발하고 인근 주민과 지자체 골칫거리인데도 관리 사각지대였다”면서 “국내 등록 차량 2300만대 중에서 화물차와 승합차, 특수차량을 비롯해 일반 주차장 수용이 힘든 450만대를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를 차린 뒤 4개월 간 화물차주 240명을 심층 인터뷰하면서 사업에 확신을 더했다.
우선 나대지를 장기 임대해 주차장으로 전환했지만 전국 유휴 토지를 발굴해 활용하기 위해 주차 가맹사업에 나섰다. 현재 전국 32곳에 700대분 주차면적을 확보했는데 땅 주인은 대부분 60대다. 주차장 조성과 주차료 수금을 책임지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창업 1년 반 만에 누적 매출 8억원을 올렸다.
서 대표는 “대기업 근무할 때 스웨덴 법인을 만들고 5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넘겨봤다”며 “국내 시장 규모를 볼때 연 매출 3000억원 달성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쿠팡 새벽배송 등으로 운송 속도가 빨라지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확대되는 환경 변화는 사업 확장에 호재”라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를 유치해 유휴 토지 발굴과 연관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창업 초 국내 대표 앤젤투자사 본엔젤스로부터 시드(초기) 투자를 받았고, 사업모델을 상담해 주던 국내 주차장 사업 전문가 김영덕 이사가 합류했다. 김 이사가 토지주를, 서 대표가 화물차 운전사를 공략하는 ‘콤비 플레이’ 영업이 강점이다.
서 대표는 “국내 화물차 기사는 하루 평균 14시간을 근무하고 외박을 꺼리는 편이라 집 근처에서 멀지 않은 주차장을 선호한다”며 “주거지 10㎞ 이내에 방치된 땅 주인을 발굴하는데, 고령자인 땅 주인에게도 좋은 소득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 대표는 “국내 토지 중 영리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은 7%에 불과한데다 이미 용도가 다 찼다”며 “나머지 땅은 농경지나 임야여서 영리활동이 불가능한데,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공공을 위한 활용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빅모빌리티는 국토부 규제샌드박스 실증사업에 신청했다. 심의를 통과하면 경기 양주·시흥·여주 땅부터 2년 간 사업모델을 테스트할 기회를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