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서 잠이 안 들 지경이에요. 혹시나 대출 막히면 주변 도움이라도 받아보려고 시골에 계신 큰아버지한테 전화까지 넣었습니다.”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이 입주 예정자를 대상으로 잔금 대출에 나섰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가계대출을 계속 압박하는 상황에서 당초 금융권 전망보다 대출 규모가 크지 않아 입주 예정자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12일 분양 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부터 신학기인 내년 3월까지 올림픽파크포레온의 1만2032가구 입주가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잔금대출 수요는 3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최대 8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올림픽파크포레온 잔금대출 한도가 9500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신한은행의 경우 내년부터 시행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한도는 8500억원에 불과하다.
잔금대출은 신규 분양이나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입주 예정자에게 개별 심사 없이 일괄 승인해주는 대출이다. 은행이 시행사나 조합과 협의해 대출 상품을 내놓으면 차주가 대출 조건을 비교해 은행을 선택하는 구조다.
일반적으로는 입주 한 달여를 앞두고 한도와 금리가 결정될 때 은행간 대출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지만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우 은행권은 잠잠하다.
잔금대출을 받아야 하는 입주 예정자들만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달 초 연 4.2% 금리를 내세워 둔촌주공 잔금대출 신청을 받은 광주농협 용주지점은 일주일 만에 한도가 소진됐다. 시중은행이 주로 제시한 연 4.8% 대비 0.6%p 낮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최장 30년인 시중은행과 달리 최장 40년이 새마을금고의 경우 입주 예정자들의 ‘오픈런’까지 만들어 내기도 했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이미 지난해 3배를 넘어선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은행 대출을 틀어막으면서 은행권으로서도 부담이 크다.
연말까지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해야 하는 은행은 대규모 신축 단지에 신규 대출이 대거 발생하면 총량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패하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은행이 현재 조건부 전세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모든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제한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실수요 조건을 충족 시 대출이 가능하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잔금대출 취급 여부마저 불투명했던 시중은행들은 최근 한도 내 제공 방침을 모두 정했지만 한도가 적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낮은 한도로 인해 올해 입주자들로서는 대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부족한 대출은 결국 제2금융권이나 신용대출 등으로 수요가 옮겨붙을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자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예정자들은 은행이 경영목표를 다시 수립하는 내년 초로 입주를 미루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연초에 연간 대출 한도가 ‘리셋’되기 때문이다.
올해 말 입주를 계획해온 한 입주 예정자는 “연말 입주에 맞춰 월세 계약을 했었는데 최근에 집주인에게 연장을 문의해 놓은 상황”이라며 “불안하게 올해를 계획하기 보다는 내년 입주로 방향을 트는 게 안전하겠단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둔촌주공과 같이 우량 입지의 담보 가치가 확실한 잔금대출은 규제 유연성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황에 이렇자 ‘올림픽파크포레온’ 대출 한파 사태에 대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8월 중순부터 가계부채 관리하면서 둔촌 주공 수요가 있을 것이란 부분을 계속 알고 있었다”며 “상황을 계속 보고 있는 만큼 큰 불편이 없도록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믿어도 되냐”는 추가 질의에 김 위원장은 “그냥 빌릴 때보단 불편함이 있겠지만 아예 문제가 되진 않도록 세밀히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