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8월까지 37만개 줄어
당첨돼도 분양가 부담 크고
지방 미분양에 무용론 확산
“청약을 해지할지 유지할지 고민이에요”
최근 국내 최대 부동산 커뮤니티 ‘부동산스터디’ 까페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글들이다. 청약으로 운좋게 민간 아파트에 당첨된다해도 높은 분양가를 감당할 자신이 없는데, 가격이 낮은 공공분양의 경우 어차피 경쟁이 너무 높아 당첨 확률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 신규가입보다 해지 건수가 많은 현상이 2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청약광풍’이 불고 있는 수도권에서는 당첨 확률이 극도로 낮은 반면, 지방은 미분양이 넘쳐나는 상황이라 ‘청약통장 무용론’이 식지 않는 모양새다.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실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청약통장 신규가입 건수는 220만9199건이고 해지 건수는 258만1114건으로 결과적으로 37만1915좌의 청약통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청약통장의 신규 가입자보다 해지자가 많아진 것은 2022년부터였다. 순가입 계좌가 2020년(168만4478좌), 2021년(115만5479좌)은 증가했지만 2022년 순가입자가 49만2495좌 감소, 2023년 86만5997좌 감소했다.
특히 2023년부터 수도권(서울·경기·인천), 5대 광역시(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를 비롯한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는 2년 연속 이 같은 감소세가 나타났다. 올해 8월 기준 서울에서도 신규 가입 계좌는 42만9845좌였지만, 해지는 52만1010좌로 올해에만 9만1165좌의 청약계좌가 감소했다. 마찬가지로 경기는 9만4539좌, 인천은 2만5686좌, 부산은 3만6480좌가 감소했다. 가장 적게 감소한 곳은 세종으로 1389좌가 감소했다.
청약계좌의 순가입자 감소와 함께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에 기금투자를 늘리면서 주택도시기금이 줄어들고 있다. 2021년 116조9141억원이던 기금은 2022년(108조22억원), 2023년(95조4377억원) 계속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청약통장 가입 감소가 ‘청약무용론’에서 작용했다고 지적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서울 등 수도권은 분양가가 많이 올랐고 경쟁률도 심하기 때문에 해지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지방은 청약 통장이 없어도 구매가 가능하며 실거주 목적인 경우가 많아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고령자는 당첨의 기회가 없고 유주택자는 무주택자에 비해 청약 당첨 확률이 낮아지며 청약통장을 유지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월 납입 인정액을 상향하는 등 청약통장 가입자에 대한 혜택을 늘리며 유인책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울 지역의 공공분양 물량을 늘리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지방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춘석 의원은 “분권화 논의를 위해 주택도시기금의 지역 차별적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며 “LH와 마찬가지로 지방공기업에도 보조금이 아닌 자본금 형태로 기금을 지원할 수 있다면 더 다양하고 지역 사정에 맞는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