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매입 후 13년 만에
서울시와 개발 협의 개시
"주요 입지 고급 빌딩 확보"
삼성생명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구한국감정원 용지 개발에 시동을 건다. 기존에 부동산 자산 매각에 집중하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핵심 자산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28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서울시에 옛 한국감정원 용지 개발과 관련한 사전협상 제안서를 제출했다. 양 기관은 해당 용지 인허가 등과 관련한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3종 일반주거지역인 땅의 용도 상향, 이에 따른 공공기여 방안 등을 두고 서울시와 삼성생명이 협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이곳에 고층 업무시설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 171-2에 위치한 이 땅은 약 1만988㎡ 규모다. 삼성생명은 2011년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이 지방으로 이전하며 내놓은 땅을 2328억원에 매입했다. 이 땅은 현대차가 개발하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서울의료원 용지와 함께 서울 코엑스 국제교류복합개발지구의 한 축에 해당한다. 용지 동측엔 동부간선도로와 탄천이 있다.
삼성생명이 감정원 땅을 사들일 당시만 해도 삼성이 한국전력 용지와 서울의료원 용지를 함께 확보해 대규모 통합 개발에 나설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한전 땅이 결국 현대차그룹 품에 안기며 감정원 용지 개발은 한동안 멈춰 섰다. 삼성생명은 현재 감정원이 쓰던 건물을 그대로 임대하고 있다. 삼성은 한동안 전사적으로 부동산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등 개발과는 거리를 뒀다.
삼성생명이 땅을 매입한 지 13년 만에 개발을 시도해 부동산 투자와 관련한 삼성의 전략에 변화가 읽힌다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주요 입지의 프리미엄(고급) 빌딩'을 확보한다는 회사의 전략적 판단 속에서 이번 개발 건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최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화재 본사 사옥인 '더 에셋 강남'을 6년 만에 1조원가량에 되사들이기로 했다. 현재 이 사옥을 보유한 코람코자산신탁이 최근 삼성생명 자회사인 삼성SRA자산운용에 매각 관련 양해각서(MOU)안을 보냈다. 최근 삼성 내부적으로 우량 부동산 매입에 긍정적으로 선회한 신호로 풀이된다.
[김유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