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계획변경안 자산평가 두고
대지 지분 더 큰 단지서 반발
양재천 조망권 둘러싼 갈등조짐
통합재건축 추진 1기신도시 시사점
통합 재건축을 추진중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경남·우성3차·현대1차아파트(경우현)가 사업 초기부터 집값 평가를 두고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정비계획안 공람에서 추정된 감정평가액을 두고 일부 주민들이 신뢰성을 문제 삼으며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개포택지개발지구에 포함된 이들 3개 단지 통합 재건축 정비계획 변경안에 대한 공람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변경안의 종전자산 평가액을 두고 일부 주민들이 반발하며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경우현은 1984년 1499가구 규모로 준공된 단지다. 지난해 최고 50층 2340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됐다.
이번 변경안에 따르면 경남(1차) 166.48㎡ 예상 평균 종전자산 추정액은 32억500만원으로 경남(2차) 182.2㎡의 추정액인 35억5800만원보다 3억원 이상 낮게 책정됐다. 경남(1차) 측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건 대지지분은 경남(1차)가 더 많은데도 평가액이 더 낮아 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등기부등본을 보면 경남(1차)의 대지 지분은 경남(2차)보다 15%가량 더 많다. 즉 땅은 경남(1차)가 더 많이 가진 셈이니 가치 평가도 이에 비례해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측은 자산 추정엔 용적률과 대지 지분 외에도 시세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는 만큼 현 추정액에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또 경남(1차)와 (2차)는 하나의 필지로 묶인 단지여서 다른 두 개 단지처럼 분리 정산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종전자산 평가가 중요한 이유는 이 금액을 바탕으로 향후 주민들의 분담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분담금은 종전자산 평가액에 비례율을 곱한 뒤 조합원 분양가를 제하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즉 종전자산 평가액이 높을수록 분담금은 줄어든다.
이밖에도 ‘양재천’ 조망권을 두고도 주민들 간 갈등 조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지는 양재천과 맞닿아 있어 천 조망권이 확보되는 동의 가치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제자리 재건축’ 방식에 대해서도 일부 주민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자리 재건축이란 개별 단지 위치에서 다시 지어 조합원이 원래 동에 입주하는 방식이다. 통합 재건축의 경우 단지별 입지 차이가 발생하는 만큼 갈등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제자리 재건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주민 간 합의가 쉽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우현 재건축은 사업 초기 단계다. 그런데 재건축 방식과 가치 산정을 두고 벌써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통합 재건축 추진 단지에 시사점이 적지 않다. 특히 정부는 1기 신도시의 경우 선도지구 선정에 있어 통합 재건축에 더 큰 점수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에 분당 양지마을은 4개 단지가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등 단지들이 덩치를 키우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우현 사례에서 보듯 규모가 커지면 이해관계자가 늘어 그만큼 사업 속도가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다만 재건축에 성공할 경우 대단지로서 랜드마크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대표적 사례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다. 이 단지는 경남·신반포23차·우성에쉐르가 통합 재건축해 반포의 대표 단지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