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팀목대출 막는 임대인 보증
"같은 보증인 줄 알았는데 임대인이 가입한 보증으로는 대출이 안되고, 세입자가 가입한 보증만 된다는 게 말이 되나요?"
최근 서울 은평구 연신내 빌라를 전세로 계약한 2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전세대출 거절로 계약 파기 상황에 처했다. 버팀목전세자금대출을 받을 때 전세보증이 필요한데, 김씨가 계약한 집은 임대사업자가 전세보증에 가입한 곳이었다. 당연히 대출될 줄 알았더니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거절당했다.
이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는 "보증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은행 대출 때 인정되는 보증 종류가 제한적인 줄 몰랐다"며 "이렇게 복잡하니 전세대출이 안 나와 계약이 파기되는 사례가 잦다"고 씁쓸해했다.
임대인이 의무 가입하는 전세보증과 일반 전세보증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임대차 시장에서 혼란이 크다. 정부가 지원하는 전세대출에는 임대인 전세보증은 인정되지 않아 무용지물이란 지적이다.
세입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전세대출은 정부가 2%대 금리로 전세보증금을 대출해주는 버팀목전세자금대출이다. 버팀목대출은 담보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안심대출보증 혹은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전세자금보증을 요구한다.
세입자들은 주로 HUG의 전세금안심대출보증을 이용한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인근 공인중개사는 "HF 대출보증은 소득 기준으로 상환능력을 보기 때문에 보증한도가 잘 안 나온다. 청년들은 소득이 낮아 담보물 기준으로 보증이 많이 나오는 HUG 보증을 선호한다"고 했다.
즉 정부 지원 전세대출을 받으려면 전세보증이 필요한데, 빌라 세입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HUG 전세보증은 임대인이 가입하는 전세보증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대인이 가입하는 전세보증은 임대사업자가 의무 가입하는 HUG 임대보증금 보증이다. 이는 HUG 전세금안심대출보증과 다르다. 보증 내용은 같더라도 임차인 자율가입 보증이다.
HUG 전세금반환보증은 공시가의 126%까지만 인정된다. 정부는 깡통전세를 막겠다며 공시가의 150%에서 126%로 보증한도를 축소했다. 다만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기존 임대사업자에게는 새로운 보증 기준 적용을 2026년 7월까지 유예했다.
이에 따라 기존 임대사업자들은 보증에 가입할 때 공시가의 150%를 적용받는다. 문제는 어차피 이 보증은 정부 전세대출을 받을 때 인정받지 못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강희창 전국비아파트총연맹 회장은 "임대사업자의 혼란을 줄여준다는 보증이 정부 대출에서는 인정을 못 받아서 하나 마나 한 정책"이라며 "보증한도 축소로 빌라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서민들 주거비만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