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1·2지구 모두 “반대”
공공주택 건설 백지화 주장
국토부 내년 1월 지구 지정 목표
갈등 지속시 후속 사업 영향 가능성
서울 서초구 서리풀1지구까지 2지구에 이어 토지 수용에 반대하면서 정부의 서울 공공주택 공급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리풀1지구는 서리풀지구 주택 공급량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2일 부동산 개발업계에 따르면 서울서리풀1지구 총주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달 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공공주택지구 지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대책위는 서리풀1지구 주민 등 땅주인 500여 명이 구성한 단체다. 이들은 지난 50여 년간 각종 규제에 묶여 사유 재산권을 침해당했는데 땅까지 빼앗길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는 국토교통부가 서리풀지구 개발을 졸속으로 추진한다며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요구한다. 사업 부지의 경우 70%가량이 군사작전지역,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나머지는 비행안전구역이다. 규제 해제가 기존에도 가능했다면 수십 년간 침해당한 재산권을 보상할 대책부터 마련하라는 게 대책위의 요구다.
서리풀지구는 지난 정부가 지난해 11월 수도권 주택공급을 위해 신규택지 후보지로 선정한 지역이다. 발표 당시 강남권 입성을 희망하는 무주택수요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서초구 원지동과 내곡동에 걸친 1지구와 우면동에 걸친 2지구로 나뉜다. 정부는 이곳에 공동주택 2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계획상 공공주택 공급량은 서리풀1지구 1만8000가구, 서리풀2지구 2000가구다. 서리풀1지구 물량이 2지구의 9배에 달한다. 서리풀1지구는 서초구 원지동, 신원동, 염곡동, 내곡동 일대 201만㎡를 포괄한다.
“토지 수용 강행 땐 물리적 저항”
서리풀지구 개발사업이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면서 공급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달 24일 개최한 서리풀2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는 주민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앞서 지난달 1일 주민 설명회가 무산된 지 한 달 반 만이다.
현재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와 마을 존치를 요구하며 개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2지구에서는 집성촌인 송동마을·식유촌마을·우면동성당을 중심으로 개발 대신 존치를 요구한 반면, 1지구 주민들은 이주대책과 보상 제안 없이 국토부가 지구 지정부터 밀어붙인 점에 반발하고 있다.
두 지구 모두 정부와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서리풀1지구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등 개발 호재가 있어 땅 주인이 기대하는 보상 수준이 높다. 현행법에 따르면 토지 수용 시 땅 주인에게 택지 우선 매수권 등 유인책을 제공할 수 있다.
대책위 측은 “주민들이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요구할 때마다 정부는 녹지 확보 필요성과 군사적 이유를 근거로 거부했다”며 “정부가 주민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법대로 한다며 토지 수용을 강행하면 물리적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이번 갈등의 해결 여부는 후속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도심 유휴부지와 추가 그린벨트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다. 유휴부지·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로 거론되는 노원구 태릉골프장, 마포 서부면허시험장 부지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주민 반발에 부딪혀 사업이 좌초된 전례가 있다.
전문가들은 주민과의 합의 없는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진단한다.
정부가 공익을 이유로 공공개발을 추진할 경우에도 충분한 대화와 협의가 전제돼야 하는데, 사회적 합의를 얻지 못한 채 그린벨트만 해제하면 공급 문제가 해결된다는 ‘그린벨트 만능론’ 식으로 접근해서는 오히려 공동체 간 갈등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서리풀 지구 등 공공택지 보상 가속화
국토부는 공공주택지구 사업의 보상을 가속화하기 위한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을 공포·시행한다.
이번 개정안은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 시 지구지정 이전에도 공공주택사업자가 주민과의 협의 매수, 이를 위한 토지조서·물건조서의 작성 등 사전 절차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보상에 관한 법률’은 사업 인정고시 이전에도 사업시행자에게 협의매수를 허용하고 있다. 다만 지구지정 전에는 사업제안자 지위의 LH가 협의매수에 착수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 개정을 통해 지구지정 전에도 협의매수가 가능해졌다. 조기추진이 필요한 지구는 기본조사 착수 시기를 최대 1년 가량 당길 수 있게 된다.
특히 이번 개정은 9.7대책으로 발표한 보상 조기화 패키지의 첫 제도개선 사항이다. 국토부는 이 패키지를 통해 전체적인 보상 소요 기간도 최대 1년 이상 단축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내년 1월경 지구지정을 앞두고 있는 서울 서리풀 지구를 시작으로 개정안을 본격 적용해 나갈 예정이다. 서리풀 지구의 보상 조기화를 위해 LH·SH 두 기관 간 협업 시스템을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LH와 SH는 지난 지난달 21일 공동사업시행 협약을 체결해 효율적 보상 추진방향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두 기관 모두 공포 즉시 기본조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이달 내 보상 현장조사 용역을 발주하고, 서리풀 전담 보상팀을 구성할 계획이다.
김배성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주민들도 보상소요 파악 등 보상 협의 개시 시점이 빨라지는 만큼, 보상 협의를 위한 기다림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